✦ 핵심 요약
방문 개요
이번에 프로젝트 하나를 기가 막히게 성공시키고, 팀원들이랑 오랜만에 거하게 한 잔 하기로 작정했던 날이었다. 늘 가던 뻔한 곳 말고, 좀 특별한 데서 기분 내고 싶어서 동탄 남광장 쪽을 뒤적이다가 평소에 눈여겨봤던 동탄 가라오케로 발길을 돌렸다. 다른 곳은 보통 9시 넘어야 슬슬 물이 오르는데, 여기는 일찍 가면 할인도 있고 조용하게 시작할 수 있대서 딱 7시 반쯤에 맞춰서 들어갔다. 우리 팀원들이 5명이라 인원도 꽤 됐는데, 첫 손님이라 그런지 실장님이 엄청 신경 써주시는 게 느껴지더라. [!] 입장부터가 달랐다.
솔직히 말해서, 다른 가라오케들 가보면 인테리어는 그냥저냥 비슷비슷한데, 여긴 '프라이빗 클래식'이니 '럭셔리 골드'니 하는 콘셉트가 확 느껴졌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고급진 게, 딱 비즈니스 모임으로도 손색없겠다 싶더라. 룸도 엄청 넓어서 5명이 쓰기엔 넉넉하다 못해 좀 아쉬울 정도? 나중에 10명 넘게 와도 충분하겠다 싶었다. 방음도 확실하고 공기청정기가 돌아가서 그런지 담배 냄새도 거의 없고 쾌적한 게 마음에 들었다. 음향 시설이 진짜 폼 미쳤다. 우리 팀장님이 음향 쪽에 까다로운 분인데, 마이크 잡고 한 소절 부르시더니 "야, 여기 스피커 장난 아닌데?" 하시더라. 고음에서 찢어지는 소리 하나 없고, 베이스도 빵빵한 게 목에 힘 안 줘도 노래가 술술 나왔다. 다른 데서는 노래방 기계 삑사리 나서 기분 상할 때도 많았는데, 여긴 진짜 프로 가수 된 기분이었다니까. [그녀의 등장]
그렇게 술 한두 잔 들어가고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쯤, 실장님이 매니저들을 데리고 오셨다. 솔직히 여러 곳 다녀봤지만, 이렇게 다양한 스타일이 한 번에 들어오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 팀원들 취향이 다 달라서 걱정했는데, 실장님이 귀신같이 맞춰주시는지 다들 눈빛이 반짝반짝하더라. 나는 그냥 웃는 모습이 시원시원한 분이랑 눈이 마주쳤는데, 그분이 내 파트너가 됐다. 이름은 지연이라고 했던가. 처음엔 그냥저냥 담소 나누고 노래 부르고 있었는데, 문득 지연이가 나한테 칵테일 좋아하냐고 묻는 거다. 난 그냥 "아, 뭐 있으면 마시죠." 하고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는데, 얘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럼 제가 특별히 하나 만들어 드릴게요!" 하는 게 아닌가. 다른 곳에서는 그냥 가져다주는 대로 마셨지, 이렇게 직접 칵테일을 만들어 주겠다는 건 처음이라 솔직히 좀 당황했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복학생]
지연이가 룸 한쪽에 있는 간이 테이블로 가더니,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셰이커랑 리큐르 병 몇 개를 꺼내는 거다. 쨍한 조명 아래서 빛나는 앵두 같은 입술을 살짝 깨물면서 진지하게 재료들을 섞는데, 그 모습이 너무 신선하고 예뻐 보였다. 귓가에 찰랑이는 얼음 소리가 마치 작은 연주처럼 들렸다. 조심스럽게 흔들다가 "짠!" 하면서 나한테 투명한 잔을 건네는데, 상큼한 레몬 향이랑 달콤한 과일 향이 확 올라왔다. "이거 제가 제일 좋아하는 레시피인데, 오빠 오늘 기분 좋으라고 특별히 만드는 거예요!" 수줍게 웃는 얼굴을 보는데, 와, 진짜 심장이 쿵 떨어지는 줄 알았다. 다른 가라오케에서는 그냥 시간 때우다 가는 느낌이었다면, 여긴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확 들었다. 그녀가 직접 타준 칵테일을 한 모금 마시는데, 입안에 퍼지는 달콤함과 상큼함이 마치 첫사랑의 설렘 같았다. 과장 없이, 그 순간 나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복학생이 된 것 같았다. (비록 복학생은 아니지만!) 진짜 럭키비키잖아? 내 취향을 이렇게 저격할 줄이야. 그 뒤로 지연이랑 대화하는 내내 뭔가 묘한 설렘이 계속됐다. 그녀의 촉촉한 숨소리가 귓가에 닿을 때마다 왠지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녀는 내가 부르는 노래에 맞춰서 가볍게 춤을 추기도 하고, 가끔씩 내 어깨에 기댄 채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