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 개요

가격 대비 만족도가 궁금했던 정자동 분당 가라오케 노래방, 사실 처음엔 큰 기대 없이 발걸음을 했거든. 얼마 전 중요 계약 건 하나 시원하게 터뜨리고, 단짝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 생일까지 겹쳐서 기분 좋게 한 잔 더 할 곳 찾다가 여기 추천받았지. 친구 녀석은 요즘 모 기업 부장으로 승진해서 어깨에 힘 좀 들어갔던 터라, 이왕이면 프라이빗하고 깔끔한 곳이 좋겠다 싶었거든. 심야 00시쯤 들어섰는데, 예상 외로 공간 분위기가 꽤 근사하더라. 아트 갤러리 컨셉이라고 하던데, 벽에 걸린 작품들이며 조명하며, 시각적인 즐거움이 확실히 있었어. 일반 노래방과는 격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지. [!] 룸 컨디션도 아주 좋았어. 우리가 안내받은 방은 둘이서 쓰기에 넉넉하면서도 아늑했고, 무엇보다 개별 화장실이 안에 있다는 게 편하더라. 다른 사람들과 마주칠 일 없이 오롯이 우리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쏙 들었거든. 이런 디테일 하나하나가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거든. 괜히 '투명한 정찰제'를 강조하는 게 아니구나 싶었지. 우리 방에 들어온 매니저는 20대 초반 아가씨였는데, 활기 넘치는 에너지가 아주 좋더라. 웃는 얼굴이 예쁘고 목소리도 상냥해서 술맛이 더 살았어. 친구 녀석은 평소에도 술 들어가면 허세가 좀 있는 편인데, 이날따라 계약 성사에 생일 버프까지 받아서 텐션이 아주 '폼 미쳤다' 싶었지. 한두 잔 들어가고 노래 몇 곡 부르니 슬슬 시동을 걸더라. "야, 내가 말이야. 왕년에 좀 놀았잖아? 그때는 이 동네에서 내 이름 대면 다 통했어. 솔직히 나 왕년에 깡패였어. 학교 다닐 때도 그랬고, 졸업하고 나서도 한동안은...!" 나는 속으로 '아이고, 또 시작이네' 싶었지. 매니저 아가씨는 능숙하게 웃으면서 맞장구 쳐주고 있는데, 나는 옆에서 등짝을 툭툭 치면서 "야, 그만해라. 아가씨 놀라겠다" 했지. 그런데 친구는 내 말은 들은 척도 안 하고, 어깨 들썩이며 허세를 계속 부리는 거야. 조명 아래 비친 아가씨의 앵두 같은 입술 산이 살짝 떨리는 것 같기도 하고, 내 귓가에 닿는 촉촉한 숨소리마저 어색해지는 그 순간이었지. [대반전!]

그때였어. 문이 '똑똑' 소리 나더니, 우리 방 담당 실장님인가 싶게 누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거야. 보통 매니저가 왔다 갔다 하는데, 웬 남자가 들어오니까 살짝 놀랐지. 그런데 그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친구 녀석의 '깡패 썰'은 바로 뚝 끊기더라. 친구 얼굴이 순간적으로 하얗게 질리는 걸 보면서 '어, 뭐지?' 싶었어. 들어온 남자는 우리 쪽을 보더니 씩 웃으면서 말하는 거야. "어이, 김동창회장! 여기서 이러고 있었어?"

나도 모르게 "네?!" 하고 소리가 나왔지. 알고 보니 그 남자가 바로 우리 고등학교 동창회장이자, 여기 분당 가라오케 노래방 실장님이셨던 거야! 친구 녀석은 나한테는 허세 작렬이더니, 동창회장님 앞에서는 순한 양처럼 고개만 푹 숙이고 있더라고. "아... 형님! 안녕하십니까. 제가 요즘..." 하고 말을 얼버무리는데, 그 꼴이 진짜 웃기더라. 내가 옆에서 보는데 진짜 배꼽 잡을 뻔했어. 동창회장님은 태연하게 우리 테이블에 와서 인사를 건네시더라. "여기 실장 맡고 있어. 자네도 왔으면 나한테 연락이나 하지 그랬나. 즐거운 시간 보내고 있나?" 친구 녀석은 계속 땀만 뻘뻘 흘리고 있고, 나는 간신히 웃음을 참고 "형님, 오랜만입니다!" 하고 인사를 드렸지. 동창회장님은 "이 친구가 요즘 부장 달고 어깨 좀 올라갔어" 하면서 친구 녀석 등짝을 툭 치는데, 친구는 아무 말 못 하고 허허 웃기만 하더라. 그 상황이 너무 코믹해서 진짜 잊지 못할 밤이 됐어. [후기]

이런 예상치 못한 반전이 주는 재미 덕분인지, 내일 출근 걱정은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린 밤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