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심 요약
방문 개요
강남 가라오케 실장님의 노련한 케어는 늘 믿음직스럽더군요. 오랜만에 사업을 함께하는 동료들과 제 생일 기념 겸, 요즘 쌓였던 이런저런 스트레스도 풀 겸, 단체로 저녁 일찍 방문했습니다. 아직 해가 완전히 지기 전, 저녁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라 그런지 로비는 한산했고, 덕분에 첫 손님으로서 여유롭게 입장할 수 있었지요. 으레 방문하던 곳이었지만, 이번엔 왠지 마음 한켠이 무겁던 차라, 이곳의 분위기가 어떻게 제 기분을 바꿔줄지 궁금했습니다. 안내받은 룸은 과연 '아트 갤러리'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벽면에는 추상화 몇 점이 걸려 있었는데, 은은한 조명 아래서 그 색채가 더욱 깊어 보이더군요. 최신형 공기청정기가 24시간 돌아가는 덕분에 실내는 언제나 상쾌했고, 개별 화장실까지 갖춰져 있어 동료들과 편안하게 대화 나누기 좋았습니다. 음향 시설도 예사롭지 않았는데, 저음이 꽉 찬 베이스 강화 시스템 덕분에, 평소 즐겨 부르던 올드 팝송들이 마치 콘서트장 라이브처럼 생생하게 들려왔습니다. [! 놀라웠죠.] 잠시 후, 실장님이 몇 명의 아가씨들을 데리고 들어왔습니다. 마침 첫 타임 출근 인원이 50명이 넘는다고 하더니, 젊고 싱그러운 얼굴들이 방안을 가득 채우더군요. 그중에서도 제 눈길을 사로잡은 아가씨가 있었습니다. 여리여리한 체구에, 차분하면서도 맑은 눈빛을 가진 아가씨였죠. 이름이 은채라고 했던가. 저는 그녀를 파트너로 선택했고, 동료들도 각자 마음에 드는 아가씨들과 함께 자리를 잡았습니다. 우리는 10만원대 양주를 시켜 건배를 나누며, 쌓였던 이야기들을 풀어냈습니다. 은채 씨는 제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면서도, 적절한 순간에 맞장구를 치거나 유머를 던져 분위기를 한껏 띄우더군요.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인데도, 노련함이 느껴지는 접대였습니다. 그 덕분인지, 한참을 우울했던 제 마음도 조금씩 풀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강남 퍼블릭에서 이런 마인드를 가진 아가씨를 만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요. 한두 시간쯤 지났을까, 갑자기 밖에서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창밖을 보니 번개까지 치며 요란하게 내리는 비에 세상이 온통 뿌옇더군요. 잠시 후 은채 씨가 잠깐 나갔다 오겠다고 하더니, 꽤 오랜 시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후기] 이상하게 마음이 쓰여 잠시 바람이라도 쐴 겸 문을 열고 복도로 나섰습니다. 그런데 복도 끝 비상구 계단 쪽에 은채 씨가 서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전화 통화를 하는 듯 보였는데, 어쩐지 어깨가 축 처져 있었고, 이내 통화를 마치자마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더군요. 저는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그녀의 어깨가 들썩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울고 있었던 겁니다. 조심스럽게 다가가려던 찰나, 그녀가 흐느끼며 계단을 내려가더니, 급기야 가게 문밖으로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우산도 없이, 차가운 빗물이 그녀의 옷을 순식간에 적셨습니다. 저는 망설임 없이 그녀의 뒤를 따랐습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멀리 갈 수도 없었는지, 그녀는 가게 앞 처마 밑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흐느끼고 있었습니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고, 비에 젖은 머리카락은 얼굴에 달라붙어 애처로워 보였습니다. "은채 씨?" 제가 조심스레 이름을 부르자,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봤습니다. 비에 젖어 살짝 벌어진 앵두 같은 입술 산에서 "회장님…."이라는 말이 겨우 흘러나왔습니다. 그리고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빗소리에 묻힐 듯 작게 속삭이더군요. "나 좀 봐줘요…." 그녀의 눈빛은 마치 도움을 간절히 바라는 어린아이 같았습니다. 평소 능숙하던 접대원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그저 상처받은 한 젊은 여인의 모습만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순간 가슴 한편이 찡하더군요. 오랜 세월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겪어왔지만, 이런 진솔한 모습을 마주한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