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심 요약
방문 개요
이번에 강남에 혼술하러 갔을 때다. 평소 심심하면 찾는 단골집, 그 강남 가라오케. 밤 아홉 시쯤이었을까. 아직 해는 완벽히 지지 않았지만, 거리는 이미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으로 가득 차 있었고, 업소 안은 막 피크타임으로 접어드는 에너지로 북적였다. 다른 곳은 어수선하고 촌스러운 인테리어가 대부분인데, 여기는 올 때마다 아트 갤러리 컨셉이라는 게 꽤나 신선하게 다가온다. 복도에 걸린 그림들을 대충 훑으며 실장님께 미리 연락해둔 룸으로 향했다. 혼자 왔다고 하면 대부분 홀대하는 곳이 많은데, 여긴 실장님이 워낙 친분이 두터워서 항상 VIP처럼 챙겨주신다. 혼자만의 공간에 들어서니 쾌적한 공기가 먼저 반겼다. 룸마다 개별 화장실이 있다는 것도 솔직히 말해서 다른 강남 가라오케와는 비교불가한 장점이다. 다른 곳은 복도 화장실 왔다 갔다 하면서 눈치 보는 게 일인데, 여긴 그런 걱정 없으니 맘 편히 즐길 수 있다. 잠시 후 실장님이 들어와서는 "오늘 텐션 좋은 친구들 많이 나왔으니, 오빠 스타일로 한 명 기가 막히게 붙여줄게!"라며 어깨를 툭 치고 나갔다. 혼자 와서 스트레스 풀러 온 건데, 오늘은 또 어떤 친구가 들어올지 내심 기대가 됐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고 5명 정도의 친구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 진짜 여기 무한 초이스 시스템은 폼 미쳤다. 다른 곳은 많아 봐야 10명 안팎인데, 여긴 첫 타임부터 50명 이상이 출근한다더니 거짓말이 아니었다. 20대 초반이라더니 다들 파릇파릇하고 비주얼도 꽤나 훌륭했다. 그중 내 눈에 딱 들어온 친구는 시원시원한 미소와 약간은 중성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친구였다. 밝은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가 조명 아래 반짝이는데, 왠지 모르게 끌렸다. "안녕하세요, 오빠!" 하고 인사하며 앉는 모습이 당차면서도 예의 발랐다. 이름은 서연이라고 했다. 양주가 세팅되고 기본 안주로 나온 고급 과일 안주를 맛보는데, 솔직히 말해서 이런 퀄리티의 안주를 무한 리필해주는 곳은 드물다. 다른 곳은 맨날 멜론 반 쪽 주고 끝인데, 여긴 종류도 다양하고 신선했다. 맥주도 무제한이라니, 가성비 하나는 진짜 최고다. 서연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였다. 그녀는 소위 말하는 '텐션 장인'이었다. 내가 춤을 추면 같이 일어나서 탬버린을 흔들며 박자를 맞춰주고, 노래를 부르면 귀 옆에 바싹 붙어 촉촉한 숨소리로 추임새를 넣어줬다. 귓가에 닿는 그녀의 숨결과 조명 아래 앵두 같은 입술 산이 어찌나 매력적이던지, 점점 그녀에게 빠져드는 걸 느꼈다. 술이 어느 정도 들어가고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나는 끈적한 발라드를 선곡했고, 서연이는 내 옆에 착 달라붙어 앉았다. 어깨에 기댄 그녀의 체온이 온몸으로 퍼지는 것 같았다. 순간, 왠지 모르게 묘한 기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 다른 곳에서는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는데, 그녀와의 대화가 너무나 편안하고 즐거웠기 때문일까. 나는 용기를 내어 그녀의 눈을 지그시 바라봤다. "서연아, 솔직히 말해서, 우리… 우리 사귈래?" 내 입에서 나온 말인데도 내가 더 당황스러웠다. 술김에 나온 말이었지만, 왠지 진심이 섞여 있었다. 서연이는 순간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내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오빠, 술 많이 취했다! 우리 오빠는 술 들어가면 이렇게 귀여워진다니까?" 그리고는 능숙하게 내 등을 밀어 다시 노래에 집중하게 했다. [후기] 그 순간의 민망함이란… 진짜 바닥으로 꺼지는 줄 알았다. '아, 역시 이건 일일 뿐이지…' 하는 현실 자각과 함께 약간의 씁쓸함이 몰려왔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밝게 웃으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그게 또 프로페셔널해 보여서 밉지 않았다. 오히려 그 능숙함에 '와, 이거 T야?'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름 분위기 잡는다고 잡았는데, 그녀에게는 그냥 귀여운 주정 정도로 보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