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심 요약
방문 개요
주대 생각보다 투명하더라. 으레 막차 즈음 되면 이것저것 붙이고 은근슬쩍 바가지 씌우는 곳이 태반인데, 실장님하고 워낙 오래된 인연이라 그런가 제주 가라오케는 갈 때마다 딱 정해진 가격 그대로임. 지난번에도 퇴근하고 나니 새벽 3시가 넘었더라고. 집에 가기엔 묘하게 아쉽고, 이대로 자긴 좀 억울해서 실장님한테 급하게 콜했지. 혼자 좀 조용히 스트레스나 풀까 했는데, 마침 친구 두 놈도 근처에서 마무리하고 있다길래 셋이서 막판 스퍼트 올리러 간 거임. 뭐, 어차피 실장님이 알아서 다 해주는 분위기라 혼술 온 거나 다름없었지. 들어서는 순간부터 여긴 참 독특해. 아트 갤러리 컨셉이라더니, 벽마다 그림이며 조형물이 걸려있는데 이게 또 밤늦게 보니 묘한 분위기가 있더라고. 은은한 조명 아래서 슬쩍 보이는 그림들이 마음을 좀 차분하게 해주는 것도 있고, 괜히 고상해지는 느낌이랄까. 우리 셋만 있는 것처럼 조용하고 프라이빗한 룸에 들어섰는데, 개별 화장실까지 딱 갖춰져 있으니 맘 놓고 편하게 즐길 수 있겠다 싶었어. 과일 안주도 아주 그냥 산더미처럼 쌓아주는데, 신선하고 고급진 게 술이 술술 넘어가더라고. 잠시 후 실장님이 매니저를 데려왔는데, 이야... 이건 진짜 폼 미쳤다 싶더라. 20대 초반이라는데 얼굴이 무슨 연예인 지망생이야? 딱 봐도 모델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는데, 그 순간 심심했던 기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눈이 번쩍 뜨이더라니까. 밝게 웃으면서 들어오는데, 조명 아래 비친 앵두 같은 입술 산이 어찌나 매력적이던지. 괜히 어색할까 봐 걱정했는데, 이 친구가 또 말솜씨가 보통이 아니더라고. 재치 있는 입담으로 분위기를 아주 확 살려버리는데, 나도 모르게 긴장이 풀리면서 막 웃게 되더라. 몇 곡 부르다 보니 술도 얼큰하게 오르고, 이 친구 텐션에 나도 막 신이 난 거야. 괜히 또 허세 발동해서 고음 노래를 하나 질렀지. 김경호 형님 노래였나? 하여튼, "샤우팅 한 번 지르면 쟤가 놀라겠지?" 하는 얄팍한 생각으로 마이크를 쥐고 혼신의 힘을 다해 목청을 쥐어짰는데… 딱 그 순간이었어. 고음의 절정에서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는데, 괄약근에도 힘이 너무 들어갔는지 "뿌우우우욱-" 하는 소리와 함께 엉덩이에서 뭔가 따뜻하고 축축한 기운이 스윽 느껴지는 거 있지. 아, 이거 큰일 났다 싶었지. [!상황] 순간적으로 온몸의 피가 머리로 쏠리는 느낌. 얼굴은 화끈거리고 등줄기엔 식은땀이 흐르더라. "설마 방귀 소리랑 같이 나온 건 아니겠지?" "다른 사람들은 못 들었을까?"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는데, 노래는 멈출 수도 없고… 엉거주춤 앉아서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이어갔어. 옆에 앉은 매니저가 내 귓가에 대고 "오빠, 진짜 노래 잘 부르신다!" 하면서 촉촉한 숨소리를 낼 때마다 더 미칠 것 같더라. 얘가 혹시 눈치챘을까 봐 무서워서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억지로 웃으면서 고개만 끄덕였지. "T야?" 이 상황에서 내 감정은 완벽한 F인데. [후기] 그 뒤로는 완전히 집중이 안 되는 거야. 혹시나 냄새라도 날까 봐 괜히 에어컨 바람 방향 확인하고, 자세도 자꾸 고쳐 앉게 되더라. 노래방 의자가 푹신해서 그나마 다행이지, 딱딱한 의자였으면 더 티 났을 거야. 다행히 매니저는 아무것도 눈치 못 챈 것 같더라고. 계속 웃으면서 리액션 해주고, 술도 잘 따라주고, 분위기를 진짜 잘 맞춰줬어. 덕분에 내 정신적인 내상은 어느 정도 치유가 되더라. 나중에 화장실 가서 확인해 보니 다행히 '그것'까진 아니었고, 정말 미세한 습기 정도였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지. 하마터면 오늘 내상이 내상으로 치유되는 게 아니라 더 깊어질 뻔했어. 매니저의 프로페셔널한 응대 덕분에 민망했던 순간을 잘 넘기고, 끝까지 즐겁게 마무리할 수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