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심 요약
방문 개요
형들, 결론부터 말하면 돈은 아깝지 않았습니다. 음향시설 폼 미쳤고, 술 무제한에 안주까지 깔끼하게 잘 나왔어요. 근데 씨발, 내 자존감은 ㄹㅇ 마이너스 통장 뚫고 지하로 꺼졌습니다. 진짜 죽고 싶다. 왜 하필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프로젝트 성공 기념!]
그날은 말이죠, 우리 팀이 뼈 빠지게 매달린 프로젝트가 드디어 성공한 날이었습니다. 바이어도 만족하고, 상사 얼굴엔 광채가 났어요. 그래서 퇴근하자마자 인계동 쩜오 룸싸롱으로 달렸습니다. 여섯 명이 우르르 몰려갔는데, 오픈 직후인 7시쯤이라 그런지 우리가 첫 손님이었어요. 럭셔리 골드 인테리어? 네, 뭐 번쩍번쩍하더라고요. 최신형 공기청정기 돌아가는 소리도 들리고, 룸 컨디션은 최고였습니다. 처음엔 그냥 "아, 또 이런 데 왔네" 싶었는데, 막상 들어가니 분위기에 홀리더라고. 기대 1도 없이 갔는데, 투명한 가격 정책이라 그런가 마음만은 편했죠. 추가금 걱정 없다는 말에 어깨 힘 좀 들어갔습니다. [그녀의 등장]
곧이어 매니저 초이스 시간이었습니다. 20대 초반이라더니, 진짜 눈이 휘둥그레지는 비주얼들이 줄줄이 들어오더라고요. 하, 역시 수원 인계동 쩜오. 모델 지망생이라더니 진짜 럭키비키 같은 외모들이었습니다. 내 눈엔 다 예뻐서 고르기 힘들었는데, 그중에 유독 눈길이 가는 친구가 있었어요. 조명 아래서 앵두처럼 반짝이는 입술 산, 살짝 올라간 눈꼬리가 너무 매력적인 겁니다. 뭔가 도도한 듯하면서도 피곤해 보이는, 그런 묘한 분위기가 있었어요. "저기… 저 분이요." 하고 지목했죠. 내 옆자리에 앉는데, 향긋한 샴푸 냄새가 훅 끼쳐오는 게 정신이 혼미해지더라고요. 그녀는 나지막이 인사했고, 내 귓가에 닿는 촉촉한 숨소리에 온몸의 털이 쭈뼛 섰습니다. [100점의 저주]
술이 좀 들어가고 분위기가 무르익자, 노래방 타임이 시작됐습니다. 우리 부장님은 김정민 '슬픈 언약식'을 열창하시고, 바이어 분들은 트로트를 부르며 점수 90점대 후반을 연이어 찍는 겁니다. 나도 흥이 올라서 마이크를 잡았죠. '응급실'을 선곡했습니다. 이 노래, 내가 학창 시절에 노래방 좀 다녀봤다 하는 친구들한테 100점 몇 번 받아본 곡이거든요. 가볍게 100점 찍고 그녀한테 어깨뽕 좀 넣어줄 생각이었죠. 첫 번째 시도. 목에 핏대 세우며 불렀습니다. 결과는 93점. 하... 괜찮아, 가볍게 몸 푼 거지.
두 번째 시도. 이제 좀 진지하게 불렀습니다. 온몸에 힘을 주고, 감정을 실어서. 95점. 그녀가 작게 "잘하시네요" 하는데, 그 목소리가 왜 이렇게 힘없이 들리는지.
세 번째 시도.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습니다. 옆을 보니 그녀가 핸드폰을 슬쩍 보고 있더라고요. 내 심장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97점. 아, 거의 다 왔는데!
네 번째 시도. 목에 기름칠 좀 하려고 소주 한 잔 털어 넣고 다시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내 필살기인 고음 파트를 혼신의 힘을 다해 질렀는데, 중간에 목이 살짝 갈라지는 겁니다. "크흠!" 하고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그녀는 이미 나를 쳐다보고 있지 않았어요. 96점. 씨발! 점수가 왜 떨어져! [인간 존엄성 파괴]
다섯 번째 시도부터는 이성을 잃었습니다. 오기로 불렀어요. 무조건 100점을 찍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죠. 옆자리 그녀의 시선은 이미 나를 떠나 허공을 헤매고 있었습니다. 여섯 번째 시도. 내 목소리는 이미 걸레짝이 되어 있었고, 숨이 턱까지 차올랐습니다. 간주 중엔 헉헉거리는 내 숨소리만 룸 안에 울려 퍼지는 것 같았어요. 그녀는 한숨을 쉬는 듯 보였습니다. 내 눈에만 그렇게 보인 거겠지, 형들?
일곱 번째 시도. 내가 너무 힘을 줬나, 노래를 부르던 중에 갑자기 "뿌우욱-" 하고 방귀 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진짜 ㄹㅇ 실화냐? 하... 씨발, 내가 방귀 뀌는 소리를 그녀가 들었어! 온몸의 피가 식는 기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