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심 요약
방문 개요
이번에 친한 친구 승진 기념으로 모인 날, 솔직히 시작은 좀 우울했어. 요즘 이것저것 신경 쓸 일도 많았고, 나만 제자리걸음 하는 것 같은 기분에 술맛도 없었거든. 새벽 3시가 넘은 시간, 다른 친구들은 다 보냈는데, 가장 친한 친구랑 둘이 남아서 "그래, 오늘은 끝을 보자"며 우리 단골인 강남 가라오케로 향했지. 다른 곳보다 늦은 시간까지 텐션 떨어지지 않고 놀 수 있는 곳이라 늘 찾게 되는 곳이야. 새벽이라 그런지 북적임도 덜하고, 왠지 모르게 우리끼리만 있는 듯한 프라이빗한 느낌이 더 강했어. 실장님도 "오늘은 푹 쉬세요" 하면서 특별히 더 신경 써주는 것 같았고. [!] 방에 들어서니 평소처럼 아트 갤러리 컨셉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오더라. 사실 이런 곳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는데, 여기는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묘하게 분위기가 달라. 벽에 걸린 그림들 때문인지 시각적으로도 편안하고, 최신형 공기청정기가 24시간 돌아가서 그런가 담배 냄새 하나 없이 쾌적한 공기가 폐부를 채우는 느낌이 좋았어. 양주도 다른 곳이랑 비교하면 10만원대라니, 진짜 가성비는 강남 통틀어 여기가 폼 미쳤지. 우리가 늘 찾는 이유가 바로 이런 거지. 비싼 돈 주고 기분 망치느니, 검증된 곳에서 편안하게 노는 게 최고거든. 친구랑 둘이 앉아서 맥주 한두 잔 비우고 있는데, 문이 열리면서 실장님과 함께 아담하면서도 청순한 스타일의 매니저 한 명이 들어왔어. 웃는 얼굴이 인상적인데, 굳이 말하자면 배우 박은빈 느낌이랄까. 환하게 웃으면서 들어오는데, 내 우울했던 기분이 조금씩 풀리는 것 같더라고. 일단 인사는 기본이고, 자연스럽게 옆에 앉는데 그 찰나에 풍겨오는 은은한 비누 향이 참 좋았어. 다른 곳처럼 억지로 텐션을 끌어올리는 느낌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대화를 유도하고 분위기를 만드는 게 '아, 이래서 텐션 장인이구나' 싶더라. 술이 좀 들어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살짝 취해서 괜한 객기를 부렸어. 그녀가 스무 살 초반으로 보이는 앳된 얼굴이라, 나도 모르게 장난기가 발동했거든. 요즘 애들은 복학생이라는 단어도 모르지 않을까, 싶어서 슬쩍 떠봤지. "저기, 사실은 말이야... 나, 복학생이야." 살짝 뜸을 들이며 말했어. 그녀의 얼굴에 어떤 표정이 스칠까 궁금했지. 순간 그녀의 눈이 살짝 커지는가 싶더니, 이내 활짝 웃는 거야. 조명 아래 반짝이는 앵두 같은 입술이 호선을 그리는데, 그 미소에 살짝 멍해지더라. "에이, 알고 있었어요, 아저씨!" [!] 그녀의 입에서 '아저씨'라는 단어가 튀어나왔을 때, 솔직히 좀 당황했어. 다른 곳 같으면 "어머, 오빠 왜 그러세요?"라며 살짝 비위를 맞추는 게 일반적인데, 이렇게 대놓고 '아저씨'라고 하다니. 그런데 그 말투나 표정이 전혀 기분 나쁘지 않은 거야. 오히려 귀엽고, 솔직해서 피식 웃음이 터져 버렸어. 그녀는 내 팔을 툭 치면서 "처음 들어오실 때부터 표정이 좀 올드하시다 했어요. 그래도 뭐 어때요, 아저씨가 재밌으면 됐죠!" 하면서 웃는데, 그 말 한마디가 그동안 쌓였던 내 우울감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기분이었어. 귓가에 닿는 촉촉한 숨소리마저 유쾌하게 들리더라니까. 다른 곳 매니저들은 예쁜 얼굴로 기계적인 멘트 날리는데 급급한 경우가 많잖아. 그런데 이 친구는 진짜 사람 대 사람으로 소통하는 느낌이 들더라고. [후기] 그 이후로는 더 편해져서 솔직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어. 그녀의 솔직함이 오히려 내 마음을 열게 만들었지. 아저씨 소리 들었는데도 기분이 나쁘기는커녕, 왠지 모르게 더 끌리는 이상한 경험이었어. 노래 부를 때도 내가 박자를 놓치면 옆에서 슬쩍 박자를 맞춰주고, 목소리가 잠기면 따뜻한 물을 챙겨주는 세심함까지. 이런 게 바로 강남 퍼블릭에서 기대하기 힘든 '마인드'라는 거겠지. 새벽 시간이라 그런지 더 진솔한 대화가 오고 갔던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