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동 가라오케에서 팁 1만 원 주고 "너 오늘 운 좋은 줄 알아라"라며 재벌 코스프레한 내 자신이 싫어지는 썰

★★★★★5.02026년 4월 7일 AM 04:001827

✦ 핵심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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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의 업소
가락동가라오케노래방
가락 · 가라오케

방문 개요

주대 생각보다 괜찮더라. 프로젝트 성공은 했는데,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찝찝하고 우울해서 말이지. 팀원들 다섯 명이랑 내 생일 겸 겸사겸사 가락동 가라오케로 향했다. 오픈 직후인 7시쯤 도착했더니 역시나 한산하고 좋더군. 첫 손님이라 그런지 매니저들이 문 앞에서부터 뭔가 귀한 손님 대접받는 느낌이랄까? 솔직히 다른 곳이랑 비교하면 가락시장 맞은편 먹자골목이라는 위치가 접근성 면에서 꽤 좋은 편이야. 지하철역에서도 가깝고, 우리야 차 가져왔지만 픽업/샌딩에 택시비 지원까지 해준다는 거 보면 확실히 손님 편의를 많이 신경 쓴다는 인상을 받았다. [!] 인테리어 얘기부터 하자면, 들어가자마자 눈을 사로잡는 사이버 펑크 스타일의 네온 조명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화려하면서도 뭔가 미래지향적인 분위기가 딱 요즘 감성이라고 할까? 우울했던 기분이 스르륵 풀리는 느낌이 들더라. 우리는 덩치가 있어서 좀 큰 룸을 잡았는데, 5~6명 들어가도 전혀 좁지 않고 쾌적했어. 룸마다 크기가 다양해서 소규모 모임이든 단체 회식이든 다 커버 가능할 것 같았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음향 시설! 여기 진짜 폼 미쳤다. 마이크 잡고 노래 한 소절 뽑는 순간, 콘서트홀에 온 줄 알았지 뭐야. 고성능 스피커가 빵빵하게 울리는데, 다른 곳이랑은 차원이 다른 선명하고 풍부한 사운드였어. 덕분에 다들 노래 부르는 맛에 취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최신 노래방 기기도 업데이트 잘 되어 있어서 원하는 곡 다 찾을 수 있었고. 매니저 초이스 시간. 젊고 상큼한 매니저들이 줄줄이 들어오는데, 다들 20대 초반이라는 말이 딱 맞더라. 모델이나 연예인 지망생이라고 해도 믿을 비주얼에 생글생글 웃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어. 우리 팀원 중 한 명이 마음에 드는 매니저를 못 골라서 무한 초이스를 몇 번 했는데, 대기 없이 바로바로 다음 매니저를 보여주는 것도 좋았다. 결국, 내 옆자리에는 서글서글한 인상의 '유진'이라는 친구가 앉았다. 조명 아래 비친 앵두 같은 입술 산이 눈에 들어오더라. 술이 좀 들어가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왠지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순간이 오더라고. 프로젝트 성공에, 내 생일이고, 주위가 다 나를 위해 축하해주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달까? 게다가 유진이가 내 노래에 맞춰 박수 쳐주고 귓가에 촉촉한 숨소리로 "오빠 노래 너무 잘 부르세요!"라고 칭찬해주니까, 그 순간만큼은 내가 진짜 재벌이라도 된 것 같았지. 그래서 취기에 휩쓸려 지갑을 열고 1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팁으로 내밀면서 폼을 잡았다. "너 오늘 운 좋은 줄 알아라. 이런 기회 흔치 않다?" 이런 대사를 내뱉는데, 유진이는 해맑게 웃으면서 "감사합니다, 오빠!" 하더라고. [후기] 그 말을 내뱉는 순간, 0.1초 만에 술이 확 깨는 기분이었다.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한 거지?' 속으로 자책감이 밀려오는데, 진짜 내 자신이 싫어지는 거야. 고작 1만 원 팁 주면서 재벌 코스프레라니. 다음 날 이불킥 각이었다. T야? 감성이 없는 건 아닌데, 그 순간의 오만함이 너무나도 부끄러웠어. 다행히 유진이는 별다른 내색 없이 계속 옆에서 잘 맞춰줬지만, 내 안의 작은 자아가 "쪽팔려!" 하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유진이의 밝은 에너지와 다른 팀원들의 흥 넘치는 모습 덕분에 금세 다시 분위기에 휩쓸렸다. 솔직히 술값 포함해서 가격도 정찰제라 깔끔했고, 소주/맥주 무제한에 프리미엄 과일 플래터, 숙취해소제까지 다 무료로 제공해주니 돈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들었다. 오히려 이런 서비스에 이 정도 가성비면 충분히 만족스러웠지. 룸 컨디션도 1회용 시트랑 커버 사용하고 무취/향균 관리에 화장실까지 호텔급으로 깨끗해서 흠잡을 데가 없었다. 나가는 길에 유진이랑 번호도 교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