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심 요약
방문 개요
제주 밤바다의 시원한 바람만큼이나, 그날 연동 가라오케의 공기는 묘하게 특별했다. 늘 혼자서 1차를 마무리하고 들르던 단골집이지만, 그날따라 괜히 내상을 입을까 하는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더랬다. 피크 시간인 아홉 시를 훌쩍 넘긴 터라 로비는 벌써부터 북적거렸고, 에너지 넘치는 활기 속에 나도 모르게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래도 뭐, 늘 그랬듯 알아서 잘 해줄 거라는 믿음 하나로 방에 들어섰지. 들어서는 순간, 은은한 조명과 벽면에 걸린 예술 작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가 단순히 술 마시는 곳이 아니라 아트 갤러리 컨셉이라더니,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참 신경 많이 썼다는 생각이다. 혼자 앉아 시원한 맥주 한 모금 넘기니, 아까 그 묘한 걱정은 금세 사라지고 편안함이 밀려왔다. 잠시 후 실장님이 들어와서는 "오늘 괜찮은 친구들 많이 나왔으니, 형님 마음에 쏙 드는 분으로 찾아드리겠다"며 안심시켰다. 정찰제 운영이라 가격 걱정 없이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늘 마음을 놓이게 하는 이 집의 가장 큰 장점이지. 투명한 가격 덕분에 올 때마다 가성비 폼 미쳤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매니저들이 우르르 들어오기 시작했다. 와, 역시 피크 타임은 다르구나 싶었다. 20대 초반의 풋풋한 얼굴들이 줄지어 서는데, 하나같이 싱그러운 에너지로 가득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유독 눈길을 사로잡는 한 친구가 있었다. 새까만 머리칼 아래로 드러난 하얀 얼굴, 조명 아래 반짝이는 앵두 같은 입술 산이 어찌나 매력적이던지. 첫눈에 '아, 오늘 저 친구면 좋겠다' 싶더라. [!] 그런데 이게 웬걸? 그 친구는 내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슬쩍 미소를 짓더니 다른 방으로 먼저 향하는 게 아닌가. 초이스는 무한정이라고 해도, 왠지 모르게 김이 새는 기분이었다. '뭐, 워낙 예쁘니 인기가 많겠지' 하며 애써 괜찮은 척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좀 아쉬웠다. 몇 명 더 들어왔지만, 아까 그 친구만큼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었다. 그냥 오늘은 혼자 맥주나 홀짝이다 가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게 혼자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는데, 갑자기 방문이 다시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놀랍게도, 아까 그 친구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들어오는 게 아닌가! "다른 방에선 저랑 텐션이 잘 안 맞을 것 같아서요. 형님 방 분위기가 제일 편안하고 마음에 드네요!" 그녀의 말에 나는 순간 벙쪘다. 다른 방 다 거절하고 나한테 와줬다는 말에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 같았다. 와, 이건 진짜 감동의 도가니 아닌가! 그녀는 내 옆자리에 앉자마자 귓가에 닿을 듯 말 듯 촉촉한 숨소리로 나긋하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오빠. 오늘 제가 오빠의 에너지를 충전해 드릴게요!" 그 순간 내 안에 있던 내상 걱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럭키비키!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그 친구는 정말 텐션 장인이었다. 처음엔 살짝 어색했던 분위기도 그녀의 능숙한 리드와 유머러스한 대화 덕분에 금세 유쾌하게 바뀌었다. 목소리마저 상큼해서 노래를 부를 때도 귀가 즐거웠다. [후기] 한두 시간쯤 지났을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웃고 떠들다 보니 어느새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다. 아쉬운 마음에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다음 만남을 기약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흔쾌히 번호를 알려주었다. 그날 밤은 정말이지, 일상에 지쳐있던 나에게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단순한 유흥을 넘어, 진심으로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준 기분. 그녀의 선택 하나가 나를 얼마나 행복하게 했는지 모른다. 한 줄 평: 다른 방 마다하고 나에게 와준 그녀 덕분에, 내상 걱정은커녕 인생 에너지를 충전한 감동적인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