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가라오케에서 잘 보이려고 지갑에 만 원짜리 다발로 채워왔는데 결제할 때 다 쏟은 썰

★★★★★5.02026년 4월 21일 AM 04:01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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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 가라오케

방문 개요

형들, 진짜 나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거냐? 하... 요즘 세상이 나한테만 억까하는 느낌이라 미치겠다. 이번에 내 불알친구 전역 기념으로다가 오랜만에 뭉쳤잖아. 셋이서 제주도까지 날아가서 며칠 놀다가 마지막 날 새벽, 작정하고 연동 가라오케를 찾았다. 그래, 오랜만에 스트레스 좀 풀고 화끈하게 놀아보자 싶었지. 새벽 3시쯤이었나? 찐한 술 좀 마시고 딱 막차로 간 건데, 들어가자마자 솔직히 좀 놀랐다. [!] 야, 여기 무슨 갤러리인 줄. 벽마다 그림이 걸려있고 인테리어가 깔끼하더라고. 친구들이랑 “와, 여기 폼 미쳤다!” 이러면서 들어갔지. 실장님도 막 마감시간인데도 친절하게 맞아주시고. 룸도 개별 화장실까지 딸려있어서 진짜 우리끼리만 노는 프라이빗한 느낌이 팍팍 들었다. 이런 사소한 배려가 사람 기분을 확 올려주잖아? 괜히 더 어깨에 힘이 들어갔지. 그리고 대망의 초이스 시간. 실장님이 연예인급 비주얼이라고 하셨는데, ㄹㅇ 실화냐? 웬 걸그룹 멤버들이 우르르 들어오는 줄 알았다. 다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싱그러운 비주얼에 에너지까지 넘치더라. 눈이 휘둥그레져서 친구들이랑 다 같이 넋 놓고 보다가 겨우 한 명을 골랐다. 내가 고른 친구는 진짜, 조명 아래서 반짝이는 앵두 같은 입술 산에, 웃을 때 살짝 접히는 눈꼬리가 아 진짜... 와 씨, 심장 멎는 줄 알았다. 게다가 목소리는 또 어찌나 촉촉하고 부드러운지, 귓가에 속삭이는 숨소리가 온몸에 전율을 일으키더라니까. 그렇게 매니저 친구랑 친구들이랑 다 같이 미친 듯이 놀았다. 노래도 부르고, 술도 마시고, 진솔한 이야기도 나누고. 다들 오랜만에 모여서 그런가 텐션이 폭발했지. 매니저도 분위기를 너무 잘 띄워줘서 진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처음엔 좀 긴장했는데, 나중엔 편안하게 친구처럼 대화하고 있더라니까. 그래, 이 맛에 오는 거지! 스트레스가 그냥 확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근데 여기서부터 내 인생 시트콤이 시작된 거다. [후기] 사실 내가 좀 허세가 있잖아? 평소엔 그냥 카드 한 장 쓱 내밀고 마는데, 이 날은 괜히 좀 멋있어 보이고 싶었단 말이지. 이 예쁜 매니저한테 “오빠가 쏜다!” 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 그래서 방문하기 전에 지갑에 만 원짜리 다발을 한 움큼 채워 넣었거든. 막상 쓸 일 없어도 괜히 지갑이 두툼하면 마음이 든든하고, 꺼낼 때 뭔가 있어 보이잖아? 막 천 원짜리나 오만 원짜리 말고, 만 원짜리가 딱 적당히 있어 보이는 너낌이 있거든. 그래서 일부러 만 원짜리 신권으로 은행에서 바꿔서 지갑에 차곡차곡... 이 아니고, 그냥 대충 구겨서 쑤셔 넣었단 말이야. 나중에 생각해보면 이게 화근이었지. 어느새 새벽 5시가 다 되고, 슬슬 마무리할 시간이었다. 매니저 친구도 너무 아쉬워하는 눈치고, 나도 아쉬워서 죽을 맛인데, 그래도 멋있게 끝내야지 싶었지. “계산해주세요~” 하고 당당하게 외쳤다. 그리고는 지갑을 꺼내서 매니저 친구한테 건네주려는데... 하... 진짜 여기서부터 슬로우 모션이었다. 내가 지갑을 주머니에서 뺄 때부터 좀 삐끗했는지, 지갑이 펄럭 하면서 안에 대충 쑤셔 넣었던 만 원짜리 지폐들이 우수수 쏟아져 내리는 거야! [!] 그것도 무슨 폭포수처럼 촤르르르륵! 한두 장도 아니고, 내가 쑤셔 넣었던 만 원짜리 다발이 그대로 바닥에 흩뿌려졌다. 파란색 지폐들이 룸바닥에 쫙 깔리는데, 진짜 내 심장도 같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그 순간, 룸 안에 있던 모든 시선이 바닥에 흩뿌려진 만 원짜리 지폐들과, 그 지폐를 보고 얼어붙은 나에게로 향하는 게 느껴졌다. 내 친구들은 처음엔 놀랐다가, 이내 빵 터져서 웃기 시작했고, 내가 고른 그 예쁜 매니저 친구는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이었다. 웃음을 참는 건지, 당황한 건지, 아니면 이 병신은 뭐지? 하는 표정인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