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심 요약
방문 개요
주대 생각보다 괜찮더라. 솔직히 제주도 출장 마무리 겸 바이어 접대 자리라 큰 기대 없이 간 거였거든. 제주 물가 생각하면 주대부터 부담스러울까 싶었는데, 들어가자마자 뭔가 다르네 싶더라. 오픈 시간인 저녁 7시쯤, 우리가 첫 손님이라 조용하고 프라이빗한 느낌이 좋았음. 입구부터 아트 갤러리 컨셉이라더니, 로비 벽에 걸린 그림이며 은은한 조명이며... 폼 미쳤다, 정말. 보통 가라오케 하면 시끄럽고 번쩍이는 이미지인데, 여긴 아주 차분하고 고급진 분위기가 압도적이더라. 룸도 넓직한 공식룸이었는데, 5~6명 넘는 인원도 넉넉하고 개별 화장실까지 딸려 있어 진짜 편했음. 접대하기 그만이더라. 사운드도 빵빵해서 노래 부를 맛 났고. 한참 바이어들이랑 덕담 주고받는데 매니저들이 들어오더라. 솔직히 크게 기대 안 했었거든. 근데 웬걸? 20대 초반이라더니, 다들 텐션 좋고 비주얼도 괜찮더라. 그중에서도 아담한데 야무진 느낌의 윤지가 딱 눈에 들어왔어. 조명 아래 비친 앵두 같은 입술 산이 어찌나 매력적이던지, 순간 넋을 잃었지. [!] 근데 단순한 외모가 다가 아니더라. 우리 부장님 비위도 척척 맞춰주고, 말 없는 바이어들한테는 먼저 다가가 유쾌하게 대화 이끌어가는데, 와, 이 친구 보통 아니네 싶었음. 진짜 프로다 싶더라. 마침 진행하던 프로젝트도 대성공이었겠다, 술도 들어가고 분위기도 무르익으니까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더라. 윤지가 내 옆에 와서 슬쩍 귓속말하는데, 귓가에 닿는 촉촉한 숨소리에 나도 모르게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거야. 순간 잊고 살던 30대 초반 복학생 시절의 그 묘한 패기가 스멀스멀 올라오더라. 후배들아, 살면서 몇 번 안 오는 순간이다. [후기] 바이어들도 다들 흡족해하고, 부장님도 기분 좋아 보이시길래, 나도 모르게 좀 대담해졌지. 슬쩍 윤지 손을 잡으면서 "윤지 씨, 나 솔직히 말해서 오늘 윤지 씨 때문에 내일 출근하기 싫어졌어." 했지. 윤지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어머, 왜요?" 하는데, 그 표정이 진짜 귀여웠다. "아니, 내일 학교 가지 말고 나랑 놀자." 이 드립을 쳤어. 옆에 있던 부장님이 "야, 너 아직도 그 드립 치냐!" 하면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마디 던지시더라. 윤지는 피식 웃더니 "형님, 아직도 복학생 패기가 살아있네요?" 하는데, 그 눈빛이 진짜... 와, 심장이 또 쿵 했지. 그 눈빛은 뭐랄까, 놀라움 반, 흥미로움 반이랄까. 나는 멈추지 않았지. "진심인데? 내가 오늘 이대로 윤지 씨 보낼 수 없을 것 같은데?" 하고 더 밀어붙였어. 윤지가 내 어깨를 툭 치면서 "형님, 저도 내일 학교 안 가고 싶네요. 일단 이따가 다시 말씀드릴게요." 하면서 슬쩍 내 손바닥에 뭔가를 쥐여주더라. 폰 번호였음. 와, 진짜 럭키비키. 내일 출근 걱정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날아갔고, 윤지한테서 연락 올까 봐 괜히 휴대폰만 만지작거리게 되더라.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참을 수가 없었지. 후배들아, 이런 게 베테랑의 여유이자 한 번씩 터지는 럭키비키 모먼트다. 솔직히 이런 접대 자리에서 이런 감정 느낄 줄은 몰랐는데, 덕분에 아주 유쾌하고 특별한 밤이었음. 내일 아침에 윤지한테 뭐라고 문자 보낼지 벌써부터 고민 중이다. [!] 후배들아, 나중에 중요한 자리 있으면 여기 꼭 가봐라. 후회 안 할 거다. 한 줄 평: 복학생 패기가 아직 통하는 걸 보니, 난 아직 죽지 않았음을 깨달은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