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심 요약
방문 개요
며칠 전, 오랜만에 제주에서 모인 친구들과 해후하던 날이었지. 각자의 사업과 일상에 치여 지내다가 모처럼 한자리에 앉으니 감회가 새롭더군. 저녁 식사를 마치고 가볍게 2차를 즐기다 보니 어느새 시계는 새벽 3시를 훌쩍 넘기고 있더군. 다들 스트레스 풀 겸 막차 삼아 괜찮은 곳에서 한잔 더 하고 싶어 했지만, 사실 이런 곳은 늘 '내상'을 입을까 걱정이 앞서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 친구 하나가 귀띔해 준 제주시 연동의 한 룸싸롱으로 향했지. 공항에서 10분 거리라 접근성도 좋고, 발렛 파킹 서비스까지 된다는 이야기에 편안하게 방문했네. [!] 도착해서 차를 맡기는데, 어찌나 능숙하게 처리해 주던지. 입구부터 럭셔리 골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오더군. 대리석 느낌의 복도를 따라 룸으로 안내받는데, 품격 있는 분위기가 제법 마음에 들었어. 우리 넷이 앉기에 딱 좋은 프라이빗 룸이었는데, 룸 안에 개별 화장실까지 갖춰져 있어 동선이 편하겠더군. 방에 들어서니 최신 음향 시설과 화려한 조명이 우리를 반겨주더군. 실장님이 들어와서는 "늦은 시간까지 찾아주셔서 감사하다"며 특별히 신경 써 주겠다고 하셨어. 젊고 활기 넘치는 20대 초반 매니저들이 들어오는데, 정말이지 다들 모델이나 연예인 지망생급 비주얼이더라. 싹싹하고 친절한 모습에 다들 만족스러워하는 눈치였어. 한 명 한 명 인사를 나누고 파트너를 정했는데, 내 옆에 앉은 친구는 눈웃음이 예사롭지 않더군. 조명 아래 비친 앵두 같은 입술 산이 인상적이었어. 술잔이 오고 가고, 옛이야기에 농담이 더해지면서 분위기는 무르익었지. 친구들은 흥에 겨워 노래를 부르고, 매니저들은 박수 치고 춤추며 흥을 돋우더군. 내 옆의 아가씨는 살갑게 술을 따라주면서도 불편한 기색 하나 없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모습이 참 좋았어. 귓가에 닿는 촉촉한 숨소리, 은은한 향수 냄새가 어우러져 취기가 더욱 오르는 듯했지. 정말이지, 내일 출근 걱정은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린 듯한 기분이었어. [후기] 그렇게 신나게 마시고 떠들다 보니, 슬슬 화장실이 급하더군. 룸 안에 있는 화장실로 향했어. 문을 열고 들어가니, 흐릿한 조명 아래 정면에 거울이 보이더군.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거울 속에 웬 사내가 잔뜩 인상을 쓴 채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게 아닌가. 술 기운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조명 탓이었을까. 순간적으로 "이봐, 자네는 대체 누군가? 왜 남의 방에 들어와 있는 건가?" 하며 나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질렀지. 거울 속 사내는 내가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 하며 계속 나를 쏘아보더군.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어. "너 뭐야! 왜 여기 있어!" 라며 한두 걸음 다가가 주먹이라도 휘두를 기세였지. 그때였어. "회장님, 괜찮으세요?" 하며 내 옆에 앉았던 아가씨가 살며시 문을 열고 들어오더군. 아마 내가 소리 지르는 걸 들었던 모양이야. 그녀는 내가 거울을 향해 팔을 뻗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놀란 기색 하나 없이 빙긋 웃어 보이더군. 그리곤 내 팔을 부드럽게 잡으며 말했어. "회장님, 혹시 거울이 좀 흐려서 그러실까요? 제가 깨끗하게 닦아드릴게요." 하고는, 조용히 물수건을 가져와 거울을 닦아주는 게 아닌가. 그때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지. 아, 내가 내 모습에 취해 거울과 싸우고 있었구나. [!] 얼굴이 화끈거려 고개를 들 수가 없었어. 민망함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이제야 회장님 멋진 모습이 제대로 보이네요." 하며 다시금 눈웃음을 치더군. 그 싹싹하고 능청스러운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보통 같으면 웃음거리로 삼거나 당황했을 텐데, 그녀는 조금의 불편함도 없이 능숙하게 상황을 마무리하더군. 이런 게 바로 '폼 미쳤다'는 건가 싶었지. 그 순간, 단순한 접대 이상의 깊은 감동을 받았어. 비즈니스 파트너와 함께 왔다면, 그녀의 이런 센스에 더욱 신뢰를 보냈을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