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심 요약
방문 개요
형들, 진짜 나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거냐? 하... 주대 생각보다 괜찮아서 맘 놓고 간 건데, 집에 와서 이불킥 오조오억 번 하고도 모자라 죽고 싶다. 어제 새벽 3시쯤이었나? 친구 셋이랑 1차 거하게 달리고 스트레스 푼다고 오산 룸싸롱을 갔지. 요즘 내가 뭘 해도 되는 일이 없어서 내상 입을까 봐 솔직히 엄청 쫄았다. 근데 입구 들어서는 순간부터 '와, 여기 폼 미쳤다!'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 무슨 성에 들어서는 줄. 금색이랑 대리석으로 번쩍번쩍한 게, 조명도 은은하니 딱 고급스러운 분위기였어. 실장님이 우리 방 안내해주는데, 룸마다 개별 화장실이 딸려 있더라? 이런 디테일 어디서 보기 힘든데, 깔끼 그 자체였지. "형들, 여기 사장님 최소 배운 변태 아니냐?" 이랬다니까. 방에 딱 들어가 앉으니, 스피커가 무슨 콘서트장 온 줄. 베이스 둥둥 울리는데 심장이 같이 떨리더라. 괜히 어깨 으쓱해지고, "오늘은 좀 풀리려나?" 싶었다니까. 실장님이 새벽 타임인데도 아가씨들 라인업 짱짱하다고, "형님들 오늘 럭키비키입니다!" 이러는데, 진짜 내심 기대했지. 웬걸, 초이스 딱 하는데, 한 명이 진짜, 와... 연예인인 줄 알았다. 얼굴은 요즘 아이돌 중에 제일 잘나가는 애랑 똑 닮았고, 하얀 블라우스 아래로 비치는 가녀린 목선, 조명 아래서 반짝이는 앵두 같은 입술 산은 또 어떻고? 내 심장이 무슨 롤러코스터 탄 것마냥 쿵쾅거렸다니까. 친구들도 눈치 보면서 "야, 너 오늘 계 탔다" 이러고. 내가 원래 이런 데서 말주변이 없어서 쭈뼛거리는데, 그녀가 먼저 나긋나긋하게 말을 걸어주는데, 귓가에 닿는 촉촉한 숨소리에 정신이 혼미해지는 기분이었다. [!] 진짜 미친 비주얼
노래 부르는데, 고성능 스피커 뚫고 나오는 내 삑사리도 왠지 멋있게 들리는 것 같고, 그녀가 옆에서 조용히 박수 쳐주고 웃어주는데, 진짜 오늘 나 뭔가 될 것 같았어. 세상이 드디어 나를 좀 봐주나? 싶었지. 그날 밤은 내가 주인공인 줄 알았다니까. 내 눈동자에 비친 내 얼굴도 왠지 평소보다 좀 덜 찌질해 보이는 착각까지 들었다. "그래, 나도 한 번쯤은 이런 행운이 와야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근데 역시, 인생은 시트콤이야. 왜 하필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거냐고, 형들? 내가 술을 좀 마셨더니 화장실이 급한 거야. 아까 그 룸 안에 개별 화장실 있는 거 봤지? 거기서 볼일을 보는데, 세상 시원하게 일을 마치고 버튼을 눌렀는데... 쉬이익... 하더니 물이 안 내려가는 거야. 진짜 슬로우 모션처럼 변기 물이 점점 차오르더니, 넘치기 직전까지 가는 거다. 와, 진짜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데, 그때 똑똑! 그녀가 문을 두드리는 거야. "오빠, 화장실 쓰세요?"
하... 진짜 죽고 싶었다. 그 연예인급 미모의 그녀가, 내가 똥물 넘치기 직전의 변기와 사투를 벌이는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거다. "아, 네... 잠깐만요!" 이러고 변기 뚜껑을 필사적으로 닫고, 물이 넘치지 않게 휴지를 막 밀어 넣고 별짓을 다 했다. 겨우겨우 수습해서 문을 열었는데, 그녀가 "무슨 일 있으세요?" 하면서 눈웃음을 치는데, 내 코털이 그 순간 삐져나와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었다. [후기] 인간 존엄성 박살
그때부터 그녀의 눈빛이 왠지 나를 불쌍하게 보는 것 같고, 내 착각일 수도 있지만, 앵두 같던 입술 산이 살짝 비웃는 듯 보였다. 내 귓가에 닿던 촉촉한 숨소리도 왠지 더는 설레지 않더라. 세상에, 연예인급 그녀를 만났는데, 내 인생 최고의 럭키비키 순간이 될 줄 알았는데, 변기 물 때문에 인간 존엄성이 산산조각 났어. 그 뒤로 아무리 노래를 불러도, 아무리 그녀가 웃어줘도, 나는 그냥 똥 싸다 변기 막은 찌질이였다. 결국 친구들이랑 나와서 실장님한테 조용히 말하고, 실장님이 능숙하게 처리해주시긴 했다만, 그 뒤로 얼굴이 화끈거려서 죽는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