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심 요약
방문 개요
주대 생각보다 괜찮아서 일단 안심하고 들어갔거든요. 사실 친구랑 1차로 와인바 갔다가, 급 발동 걸려서 인계동가라오케로 2차 온 거라 내상 입을까 봐 살짝 걱정했었거든요. 근데 문 열고 들어서는 순간, 와우, 사이버 펑크 무드에 네온 조명이 쫙 깔린 게 완전 제 스타일인 거예요. 촌스러운 가라오케 분위기 생각했는데, 여긴 진짜 아트 스페이스 느낌? 괜히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게 아니구나 싶었죠. [!매칭]
프런트에서 안내받고 룸에 들어서자마자 매니저 분이 오셔서 저희 취향을 꼼꼼하게 물어봐 주시더라고요. 친구랑 저랑 각자 원하는 스타일이 달라서 좀 까다로웠을 텐데, ‘무한 초이스 시스템’이라는 말에 신뢰가 확 생겼어요. 몇 번 매칭을 시도했는데, 진짜 저희가 원하는 느낌을 기가 막히게 캐치하시더라고요. 결국 저한테는 지혜 씨가 왔는데, 딱 보자마자 ‘와, 럭키비키잖아?’ 속으로 외쳤죠. 20대 중후반이라던데, 세련되면서도 어딘가 힙한 느낌이 저랑도 잘 맞을 것 같았어요. 친구도 자기 스타일의 매니저랑 매칭돼서 둘 다 시작부터 기분 좋게 스타트 끊었죠. [!시작]
지혜 씨는 웃을 때 눈꼬리가 살짝 휘면서 입술 산이 앵두처럼 예쁜 분이었어요. 처음엔 좀 낯을 가리는 듯했는데, 제가 좋아하는 인디 음악 몇 곡 틀고 같이 부르다 보니까 금방 분위기가 풀리더라고요. 맥주랑 소주 무제한이라 부담 없이 들이켰죠. 기본 안주로 나온 고급 과일 안주 퀄리티도 대박이었고요. 그냥 흘러가는 대로 편하게 술 마시고 노래 부르는데, 어느새 룸 안은 완전 우리만의 세상이 되어버렸어요. [!]
시간이 꽤 흘러서 새벽 1시가 넘었을 거예요. 다들 술도 좀 오르고 텐션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지혜 씨가 조용히 마이크를 들고 발라드 곡을 선곡하더라고요. 평소에 댄스곡만 신나게 부르다가 갑자기 분위기를 확 바꾸니까 저도 모르게 집중하게 됐어요. 나지막이 흘러나오는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나 촉촉해서 귓가에 맴도는 듯했죠. 노래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에 진심이 담긴 것처럼 들려서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조명은 은은하게 빛나고, 그녀의 옆모습은 마치 그림 같았거든요. [!!사건 발생]
노래가 클라이맥스로 향할 때였어요. 제가 앉아있는 소파 등받이에 기대어 노래를 부르던 그녀가, 갑자기 스르륵 제 어깨에 머리를 기댔어요. 순간 온몸에 전율이 쫙 흐르더라고요.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제 목덜미에 닿는 느낌, 그녀의 따뜻한 숨결이 귓가를 스치는 촉각, 그리고 은은하게 풍겨오는 그녀의 향기까지. 모든 감각이 그 한순간에 폭발하는 것 같았어요.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뛰어서 당장이라도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죠. 너무 놀라서 몸이 굳어버렸고, 숨 쉬는 것도 잊어버렸어요. 5분은 족히 넘게 숨을 참았을 거예요. 얼굴은 아마 보라색으로 변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 정도면 ‘T야?’ 싶을 정도로 감정에 잠식돼 버린 거 있죠. [후기]
그렇게 한 곡이 끝나고, 그녀가 고개를 들었는데,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해맑게 웃으면서 "오빠, 노래 어떠셨어요?" 하는데, 저만 혼자 난리 났던 것 같아서 살짝 민망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 순간이 너무 설레서 미치겠는 거예요. 그 이후로는 아까와는 또 다른 기류가 흘렀어요. 뭔가 더 가까워진 느낌? 대화도 더 편안해지고, 장난도 치고, 진짜 친구 이상 연인 미만 같은 묘한 바이브가 형성된 거죠. 중간에 화장실 잠깐 갔는데, 솔직히 가라오케 화장실은 지저분할 거라는 편견이 있었거든요. 근데 여긴 호텔 화장실처럼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게 느껴지는 디테일이었죠. 덕분에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룸으로 돌아갈 수 있었어요. 돌아와서 한참 더 즐겁게 놀다가, 마무리할 시간이 되어서야 아쉬움을 뒤로하고 나왔네요. 나가는 길에 지혜 씨랑 번호도 교환하고, 다음에 꼭 다시 오겠다는 약속까지 받아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