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동 가라오케에서 "나 원래 번호 따이면 잘 안 주는데"라며 그녀가 묻지도 않은 번호 먼저 포스트잇에 적어준 썰

★★★★★5.02026년 4월 4일 AM 12:401836

✦ 핵심 요약

🎤
이 리뷰의 업소
가락동가라오케노래방
가락 · 가라오케

방문 개요

들어가자마자 느껴지는 분위기가 예상보다 훨씬 세련되고 강렬했다. 여느 업소들이 비슷비슷한 조명과 인테리어로 개성을 잃어가는 와중에, 가락동 가라오케는 사이버 펑크 스타일의 네온 조명으로 눈길을 확 잡아끌었다. 오랜만에 대박 터뜨린 프로젝트 성공 기념으로 팀원들하고 뭉친 건데, 솔직히 말해서 오기 전엔 심심한 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그 묘한 비주얼에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이었다. 실장님과 워낙 친분이 깊어서 믿고 왔지만, 다른 곳이랑 비교하면 첫인상부터가 달랐다. 오픈 직후인 저녁 7시쯤이라 그런지 대기 없이 바로 들어갔다. 실장님이 "오늘은 특별히 신경 써 드릴게요, 팀장님" 하시면서 룸으로 안내하는데, 룸 크기도 5~6명 정도 들어앉기 딱 좋더라. 조용하게 대화 나누기에도 좋고, 나중에 분위기 달아오르면 신나게 놀기에도 부족함 없는 공간이었다. [!] 잠깐 후 초이스를 보는데, 와, 여기 라인업 폼 미쳤다 싶었다. 20대 초반 위주라고는 들었는데, 말 그대로 모델이나 연예인 지망생급 비주얼들이 주르륵 들어오는데, 평소 웬만하면 감흥 없는 나도 눈이 번쩍 뜨이더라.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친구가 있었다. 뽀얀 피부에 작은 얼굴, 조명 아래 비친 앵두 같은 입술 산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다른 친구들이 다들 에너지를 뿜어내는 활기찬 분위기였다면, 그 친구는 살짝 차분하면서도 묘한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끌려서 그 친구를 초이스 했다. 처음엔 조용하게 앉아서 술만 홀짝이는 나를 보며 "오늘 많이 힘드셨어요?" 하고 묻는데, 그 목소리마저 청량하고 부드러웠다. 솔직히 말해서, 프로젝트 성공은 했지만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좀 받아서 맘 편히 쉬고 싶었거든. 그녀는 내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주면서도, 적절한 타이밍에 위트 있는 농담을 던져 분위기를 풀어줬다. 굳이 애써서 나를 즐겁게 하려는 게 아니라,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편안하게 대해주는 느낌이었다. [후기] 음향 시설도 기가 막혀서 노래 부르는 맛이 나는데, 그녀가 옆에서 조용히 내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 내가 좋아하는 곡이 나오자 갑자기 마이크를 잡고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 반전 매력에 당황하면서도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귓가에 닿는 촉촉한 숨소리, 눈빛이 마주칠 때마다 느껴지는 묘한 기류에 나도 모르게 점점 더 그녀에게 빠져들고 있었다. 이 정도면 전에 겪었던 내상이 치유되는 수준을 넘어 아예 새 살이 돋는 기분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쉬움이 커져갔다. 평소 같으면 이런 자리에서 굳이 개인적인 연락처를 주고받으려 하지 않는데, 이날은 왠지 모르게 그녀와 더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슬슬 막바지 분위기가 되자, 나는 조용히 테이블 위에 놓인 포스트잇과 펜을 만지작거렸다. 번호를 물어볼까 말까 고민하던 찰나, 그녀가 내 손에 들린 펜을 자연스럽게 가져가더니 포스트잇에 무언가를 슥슥 적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쓱 미소를 지으며 내게 건네는 것이 아닌가. "오빠, 저 원래 번호 따이면 잘 안 주는데, 오빠는 왠지 그냥 지나치면 후회할 것 같아서요." [!] 이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번호를 적어주다니. 이런 경험은 진짜 처음이었다. 솔직히 살짝 당황했지만, 동시에 엄청난 설렘이 밀려왔다. 보통은 내가 먼저 물어봐야 하는 상황에서, 그녀가 먼저 나서서 이렇게 말해주니, 럭키비키 그 자체였다. 포스트잇에 적힌 그녀의 이름 옆에 선명하게 찍힌 열한 자리 숫자를 보며, 이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인연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애프터 신청은 당연히 하기로 했고, 그녀도 흔쾌히 받아줬다. 프로젝트 성공을 축하하러 왔다가, 뜻밖의 인연까지 만들어가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