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이동 룸싸롱에서 노래 점수 12점 나와서 기계 부술 뻔한 썰

★★★★★5.02026년 3월 21일 PM 09:001700

✦ 핵심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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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의 업소
방이동룸싸롱|방이동노래방
잠실 · 룸싸롱

방문 개요

들어가자마자 느껴지는 묵직한 대리석의 위압감에 일단 기가 좀 죽었다, 형들. 새벽 3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번쩍번쩍한 로비가 사람을 더 피곤하게 만드는 느낌이랄까. 하… 진짜. 중요 계약 성사했다고 팀장님이랑 그 빌어먹을 바이어까지 모시고 온 건데, 솔직히 나는 이 시간에 여기까지 끌려온 것 자체가 억울함 그 자체였어. 어제 밤새 자료 만들다가 겨우 눈 붙였는데, 막차도 끊긴 이 시간에 여기서 이러고 있어야 한다니. 누가 봐도 세상이 나를 억까하는 거지, 응? 룸으로 안내받는데, 복도 끝에서부터 풍겨오는 은은한 아로마 향이 내 코털을 간질였어. 으음, 이건 또 뭐야. 고급스러운 건 알겠는데, 내 피곤함까지 덮을 정도는 아니라고. 방 문이 열리고 딱 들어서는 순간, ‘와 씨, 여기 좀 깔끼한데?’ 싶더라. 럭셔리 & 골드 테마? 누가 지었는지 몰라도 작명 센스 폼 미쳤다, 진짜. 번쩍거리는 대리석 벽에 폭신한 소파, 그리고 구석에 우뚝 서 있는 최신형 노래방 기기. 저거 보는데 순간적으로 쎄한 기분이 드는 거야. 뭔가 오늘 저 기계랑 나 사이에 큰 일이 터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스쳐 지나가더라. [!] 매니저 등장! 좀 있으니까 실장님이 20대 초반 매니저들을 우르르 데리고 들어오는데, 하… 형들, 진짜 비주얼은 인정한다. 다들 모델 지망생이라더니, 조명 아래 비친 앵두 같은 입술 산 하며, 살짝 웃을 때마다 보이는 보조개까지. 내 옆에 앉은 매니저는 말할 것도 없고. 막내 바이어 녀석은 벌써부터 눈 돌아가서 헤벌쭉하고 있더라. 나도 모르게 시선이 계속 가는데, 괜히 내가 추근덕거리는 아재처럼 보일까 봐 애써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었지. 술 몇 잔 돌고 분위기가 무르익기 시작하는데, 역시나 올 것이 왔다. 팀장님이 바이어 기분 맞춰준다고 나한테 마이크를 쥐여주는 거야. "김 대리, 오늘 계약도 잘 됐는데 신나게 한 곡 뽑아야지!" 하… 형들, 나 노래 진짜 못하는 거 알잖아. 어렸을 때 학교 음악 시험에서 선생님이 내 노래 듣고 ‘너는 그냥 악기 다루는 게 낫겠다’고 한 이후로 마이크 잡는 거 극도로 싫어하는데. 그날의 수치심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근데 중요한 바이어 앞에서 빼는 건 예의가 아니잖아? 속으로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를 외치면서 마이크를 잡았지. [!] 대망의 그 순간 뭘 부를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만만한 발라드 하나 골랐어. 제목은 말 안 할게. 그 노래한테 미안해서. 도입부부터 삑사리가 나기 시작하더니, 후렴구에서는 음정이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는 거야. 내 목소리가 이렇게까지 저주받은 줄 몰랐다, 진짜. 바이어는 애써 웃음을 참고 있고, 팀장님은 이미 고개를 돌려버렸어. 그 순간 옆에 앉아있던 매니저가 내 귓가에 조용히 속삭이더라. 촉촉한 숨소리가 귓불을 간지럽히는데, “오빠, 긴장하셨어요? 괜찮아요, 제가 박수 쳐 드릴게요!” 그 말에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면서 왠지 모를 용기가 생기는 거야. 그래, 매니저도 나를 이렇게 응원하는데! 하고 이를 악물고 끝까지 불렀어. 그리고 대망의 점수 발표! 두구두구두구… 화면에 딱 뜨는 숫자. 12점.

형들, ㄹㅇ 실화냐? 12점이라고? 내 인생 통틀어서 이렇게 낮은 점수는 처음 받아본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럭키비키’라는 말이 너무 쓰고 싶었는데, 도저히 내 상황에선 쓸 수가 없었다. 나는 뭐 이렇게 점수도 운빨이 없냐? 세상이 나한테 이렇게까지 가혹할 수가 있나 싶어서 진짜 그 자리에서 기계 부술 뻔했다.…